시지를 생각하라 전체는 부분의 합보다 크다. -스티븐 코비-
실세계의 모방이라는 개념은 객체지향의 기반을 이루는 철학적인 개념을 설명하는데는 적합하지만 유연하고 실용적인 관점에서 객체지향 분석, 설계를 설명하기에는 적합하지 않다.
객체지향의 목표는 실세계를 모방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새로운 세계를 창조하는 것이다. ⇒ 고객과 사용자를 만족시킬 수 있는 신세계를 창조하는 것이다.
전통적 관점에서의 객체 지향
커피를 주문하고 나오는 모든 과정 속에는 손님, 캐시어, 바리스타 사이의 암묵적인 협력 관계가 존재한다.
주문을 하는 손님, 주문을 받는 캐시어, 커피를 제조하는 바리스타라는 역할이 존재한다.
커피를 제공하기 위해 협력하는 과정에서 자신이 맡은 바 책임을 다한다.
커피 주문이라는 협력에 참여하는 모든 사람들은 커피가 정확하게 주문되고 주문된 커피가 손님에게 정확하게 전달될 수 있도록 맡은 바 역할과 책임을 다하고 있다.
요청과 응답으로 구성된 협력
스스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와 마주치면 도와줄 수 있는 사람에게 도움을 요청(request)한다. 일반적으로 하나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수의 사람 혹은 역할이 필요하기 때문에 한 사람에 대한 요청이 또 다른 사람에 대한 요청을 유발하는 것이 일반적이므로 요청은 연쇄적으로 발생한다.
요청을 받은 사람은 주어진 책임을 다하면서 다른 사람의 요청에 응답(response)한다. 요청이 연이어 발생하기 때문에 응답 역시 요청의 반대 방향으로 연쇄적으로 전달된다.
요청과 응답을 통해 다른 사람과 협력(colaboration)할 수 있는 능력은 인간으로 하여금 거대하고 복잡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공동체를 형성할 수 있게 만든다.
역할과 책임
사람들은 다른 사람과 협력하는 과정에서 특정한 역할(role)을 부여받는다. (카페에서는 ‘손님’, ‘바리스타’, ‘캐시어’ 라는 역할 존재) 역할은 어떤 협력에 참여하는 특정한 사람이 협력 안에서 차지하는 책임이나 의무를 의미한다. 손님이라는 역할을 받게 되었다면 커피를 주문하는 임무를, 바리스타 역할을 맡은 사람은 주문된 커피를 제조해야할 책임이 있다.
역할이라는 단어는 책임이라는 개념을 내포한다. (선생님이라는 역할은 학생을 가르칠 책임이 있음을 암시한다)
특정한 역할은 특정한 책임을 암시한다. 협력에 참여하며 특정한 역할을 수행하는 사람들은 역할에 적합한 책임을 수행하게 된다. (캐시어에게는 주문 내용을 바리스타에게 전달할 책임과 커피가 준비되었다는 사실을 손님에게 알릴 책임이 있다.)
역할과 책임은 협력이 원활하게 진행되는데 필요한 핵심적인 구성요소다.
- 여러 사람이 동일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 손님 입장에서는 어떤 캐시어가 주문을 받는지 중요하지 않다. 캐시어 입장에서도 커피를 제조할 수 만 있다면 어떤 바리스타가 커피를 제조하더라도 상관하지 않는다.
- 역할은 대체 가능성을 의미한다 - 손님 입장에서 캐시어는 대체 가능(substitutable)이다. 두명이 동일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면 둘 중 어떤 사람이 역할을 수행하더라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 책임을 수행하는 방법은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다 - 요청을 받은 사람은 요청을 처리하는 방법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 커피를 제조하는 동일한 요청을 받더라도 바리스타 역할을 수행하는 사람마다 다른 방식으로 요청을 처리할 수 있다.
- 한 사람이 동시에 여러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 한사람이 캐시어와 바리스타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는 것도 가 능하다.
역할, 책임, 협력
기능을 구현하기 위해 협력하는 객체들
앞에서 표현한 사람이라는 단어를 객체로, 요청을 메시지로, 요청을 처리하는 방법을 메서드로 바꾸면 대부분의 설명을 객체지향이라는 문맥으로 옮겨올 수 있다.
역할과 책임을 수행하며 협력하는 객체들
협력의 핵심은 특정한 책임을 수행하는 역할들 간의 연쇄적인 요청과 응답을 통해 목표를 달성한다는 것이다.
일상생활에서 목표는 사람들의 협력을 통해 달성되며, 목표는 더 작은 책임으로 분할되고 책임을 수행할 수 있는 적절한 역할을 가진 사람에 의해 수행된다. 협력에 참여하는 각 개인은 책임을 수행하기 위해 다른사람에게 도움을 요청하기도 하며 이를 통해 연쇄적인 요청과 응답으로 구성되는 협력관계가 완성된다.
애플리케이션의 기능은 더 작은 책임으로 분할되고 책임은 적절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객체에 의해 수행된다. 객체는 자신의 책임을 수행하는 도중에 다른 객체에게 도움을 요청하기도 한다. 시스템은 역할과 책임을 수행하는 객체로 분할되고 시스템의 기능은 객체간의 연쇄적인 요청과 응답의 흐름으로 구성된 협력으로 구현된다.
책임은 객체지향 설계의 품질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책임이 불분명한 객체는 애플리케이션의 미래 역시 불분명하게 만든다. 얼마나 적절한 책임을 선택하느냐가 애플리케이션의 아름다움을 결정한다.
객체의 역할
- 여러 객체가 동일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 역할은 대체 가능성을 의미한다.
- 각 객체는 책임을 수행하는 방법을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다.
- 하나의 객체가 동시에 여러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역할은 유연하고 재사용 가능한 협력관계를 구축하는 데 중요한 설계요소이다. 대체 가능한 역할과 책임은 객체지향 패러다임의 중요한 기반을 제공하는 다향성과도 깊이 연관되어 있다.
협력 속에 사는 객체
객체는 애플리케이션의 기능을 구현하기 위해 존재한다. 일반적인 객체는 다른 객체와의 협력을 통해 기능을 구현한다.
협력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객체는 다음과 같은 두 가지 덕목을 갖춰야 하며, 두 덕목 사이에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
첫째, 객체는 충분히 협력적이어야 한다. 다른 객체의 요청에 충분히 귀 기울이고 다른 객체에게 적극적으로 도움을 요청할 정도로 열린 마음을 지녀야 한다. 스스로 모든 것을 처리하려는 객체는 내부적인 복잡도에 의해 자멸하고 만다. 명령에 따라 행동하는 수동적 존재를 의미하는 것이 아닌 요청에 응답할 뿐이다. 어떤 방식으로 응답할지는 객체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한다. 요청에 응할지 여부도 객체 스스로 결정할 수 있다.
둘째, 객체가 충분히 자율적이어야 한다. 사람들은 다른 사람의 요청에 따라 행동하지만 최대한 스스로의 판단에 따라 결정하고 행동한다. 객체 공동체에 속한 객체들은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협력에 참여하지만 스스로의 결정과 판단에 따라 행동하는 자율적인 존재이다.
객체지향 설계의 묘미는 다른 객체와 조화롭게 협력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개방적인 동시에 협력에 참여하는 방법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자율적인 객체들의 공동체를 설계하는 데 있다.
상태와 행동을 함께 지닌 자율적인 객체
객체를 상태(state)와 행동(behavior)을 함께 지닌 실체라고 정의한다. 이 말은 객체가 협력에 참여하기 위해 어떤 행동을 해야한다면 그 행동을 하는 데 필요한 상태도 함께 지니고 있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객체가 협력에 참여하는 과정 속에서 스스로 판단하고 스스로 결정하는 자율적인 존재로 남기 위해서는 필요한 행동과 상태를 함께 지니고 있어야 한다.
객체의 자율성은 객체의 내부와 외부를 명확하게 구분하는 것으로부터 나온다.
객체의 사적인 부분은 객체 스스로 관리하고 외부에서 일체 간섭할 수 없도록 차단해야 하며, 객체의 외부에서는 접근이 허락된 수단을 통해서만 객체와 의사소통해야한다.
객체는 다른 객체가 ‘무엇(what)’을 수행하는지는 알 수 있지만 ‘어떻게(how)’ 수행하는지에 대해서는 알 수 없다.
과거의 전통적인 개발 방법은 데이터와 프로세스를 엄격히 구분한다. 이에 반해 객체지향에서는 데이터와 프로세스를 객체라는 하나의 틀 안에 묶어 놓음으로써 객체의 자율성을 보장한다. 이것이 전통적인 개발방법과 객체지향을 구분짓는 핵심적인 차이다.
협력과 메시지
풍부한 메커니즘을 이용해 요청하고 응답할 수 있는 인간들의 세계와 달리 객체지향의 세계에서는 오직 한 가지 의사소통 수단만이 존재한다. 이를 메시지라고 한다.
다른 객체에게 요청하는 것을 메시지를 전송한다,
다른 객체로부터 요청을 받는 것을 메시지를 수신한다고 말한다.
이때 메시지를 전송하는 객체를 송신자(sender), 메시지를 수신하는 객체를 수신자(receiver)이라고 한다.
메서드와 자율성
수신자는 수신된 메시지를 이해할 수 있는지 여부를 판단 후 미리 정해진 자신만의 방법에 따라 메시지를 처리한다.
이처럼 객체가 수신된 메시지를 처리하는 방법을 메서드(method) 라고 부른다.
객체지향 프로그래밍 언어에서 메서드는 클래스 안에 포함된 함수 또는 프로시저를 통해 구현된다. 어떤 객체에게 메시지를 전송하면 결과적으로 메시지에 대응되는 특정 메서드가 실행된다. 메시지를 수신한 객체가 실행시간에 메서드를 선택할 수 있다는 점은 다른 프로그래밍 언어와 객체지향 프로그래밍 언어를 구분 짓는 핵심적인 특징 중 하나다.
외부의 요청이 무엇인지를 표현하는 메시지와 요청을 처리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인 메서드를 분리하는 것은 객체의 자율성을 높이는 핵심 메커니즘이다. 이것은 캡슐화(encapsulation)라는 개념과도 깊이 관련되어 있다.
객체지향의 본질
객체지향이란?
- 객체지향이란 시스템을 상호작용하는 자율적인 객체들의 공동체로 바라보고 객체를 이용해 시스템을 분할하는 방법이다.
- 자율적인 객체란 상태와 행위를 함께 지니며 스스로 자기 자신을 책임지는 객체를 의미한다.
- 객체는 시스템의 행위를 구현하기 위해 다른 객체와 협력한다. 각 객체는 협력 내에서 정해진 역할을 수행하며 역할은 관련된 책임의 집합이다
- 객체는 다른 객체와 협력하기 위해 메시지를 전송하고, 메시지를 수신한 객체는 메시지를 처리하는 데 적합한 메서드를 자율적으로 선택한다.
객체를 지향하라
클래스가 객체지향 프로그래밍 언어의 관점에서 매우 중요한 구성요소(construct)인것은 분명하지만 객체지향의 핵심을 이루는 중심 개념이라고 말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지나치게 클래스를 강조하는 프로그래밍 언어적인 관점은 객체의 캡슐화를 저해하고 클래스를 서로 강하게 결합시킨다. 클래스로 구성된 설계도로 보는 관점은 유연하고 확장 가능한 애플리케이션 구축을 방해한다.
훌륭한 객체지향 설계자가 되기 위해 거쳐야 할 첫 번째 도전은 코드를 담는 클래스 관점에서 메시지를 주고 받는 객체의 관점으로 사고의 중심을 전환하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어떤 클래스가 필요한가가 아니라 어떤 객체들이 어떤 메시지를 주고 받으며 협력하는가다. 클래스는 객체들의 협력 관계를 코드로 옮기는 도구에 불과하다.
객체지향의 핵심은 적절한 책임을 수행하는 역할 간의 유연하고 견고한 협력 관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클래스는 협력에 참여하는 객체를 만드는데 필요한 메커니즘일 뿐이다.
클래스의 구조와 메서드가 아니라 객체의 역할, 책임, 협력에 집중하라. 객체 지향은 객체를 지향하는 것이지 클래스를 지향하는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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